[기고] 중소기업 재기 돕는 이중 사다리 갖춰야

입력 2015-09-17 18:14  

"사업부진에 문닫는 한계기업 속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CEO들
재도전 지원 근거 단단히 다져야"

김종호 < 호서대 교수·법학 hihiccup@gmail.com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한계기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외부 감사 대상 기업 2만5000여개 중 한계기업은 2009년 2698개에서 2014년에 3295개로 늘었다. 사업부진을 견디지 못한 기업이 문을 닫으면 해당 기업의 대표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사실상 재기가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이런 때일수록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강력한 구조개선과 함께 실패한 기업인의 재도전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구조개선 및 실패한 기업가의 재도전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은 너무나 미약하다. 현행 사업전환제도는 기업부실의 원인을 좁게 해석하기 때문에 구조개선이 필요한 복잡·다변화한 부실기업의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하다. 즉 실패한 기업인에 대한 지원은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에 선언적으로만 규정돼 있으며, 단지 재창업 지원에 머물고 있다. 사업전환은 기존 업종을 버리고 새로운 泰씬?택하는 업종전환과 기존 업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업종의 비중을 확대하는 업종추가가 있으나 이런 제도만으로는 사업실패자에 대한 재기지원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기업경영에 실패한 이들의 재도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업전환법, 창업지원법 등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다양한 기업부실의 원인을 포괄할 수 있도록 사업전환제도를 개편하고, 실패한 기업인의 재도전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개별기업 위주의 사업전환 지원을 기업생태계 중심의 구조개선, 재도전 대상 확대 및 지원수단 강화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융자사업, 경상사업, 자본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소기업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은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 지속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우량한 중소기업들마저 외부변수에 휘둘려 존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재기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인생 낙오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으며, 그들이 쌓은 기업자산은 일순간에 흩어져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떠안게 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기업과 기업가들에게 죽음의 계곡을 무난하게 건너가도록 거들어주고, 위험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실패한 기업가들이 재기할 수 있게 딛고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줘야 우리 사회의 건강한 경제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데 사다리가 두 개 있다면 한번 미끄러진다고 하더라도 다시 올라갈 수 있으니 여간 든든한 것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구조조정 및 사업전환 제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원론적인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후에 재창업 지원뿐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복권을 위한 다양한 개별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실패한 기업인의 재도전을 지원하는 경우 그 대상의 상이성과 지원내용의 특수성 등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실패한 기업인의 재도전 지원 근거를 확충할 때 그 근거가 될 법적 선택지를 제시한다면 △기존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제4조의 3을 확대 개편해서 재창업 이외의 다양한 실패기업인이 재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 △중소기업 사업전환 및 구조개선 지원과 실패기업인의 재도전 지원을 하나의 법체계에서 규율하는 방안이 있다. 어느 경우든 실패자들이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두 개의 사다리가 존재하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김종호 < 호서대 교수·법학 hihiccup@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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